2011년 09월 09일
포근군 가출사건 ! ! !
난 지금 무엇을 찾으려고 애를쓰는걸까 ♬♪
난 지금 어디로 쉬지않고 흘러가는가 ♩♬~
지난 9월 2일 ...
<01시>
집 근처 편의점에 짜파게티를 사러 갔다오려고 대문을 연 순간 문 앞에서 헥헥거리던 포근군이 밖으로 뛰쳐나감.
인적 없는 새벽에는 목줄 없이 둘이서 집 근처 편의점에 뭐 사러 갔다 온 적이 자주 있었음. 밖에 데리고 나가면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내 주변에서만 움직이기에 안심할 수 있음. 예를 들면 혼자 몇십미터를 달려나가도 내가
따라오나 확인하면서 움직이는 분위기.
뒤따라 문을 나선 나는 편의점 가는 큰길쪽으로 나갔음. 포근이 근처 전보대에다 오줌질을 하고 있을거라
예상했는데 보이질 않음.
이색히 어디갔지-_-+ 하고 왔다리갔다리 찾아봐도 없음.
<01시 30분>
집 근처 동네를 몇바퀴를 돌아도 보이질 않음. 미칠듯한 분노에 사로잡힘.
이 개색히 잡히기만 하면 개거품 물게 패버려야지-_-+++ 나 없이 제멋대로 돌아다녀-ㅁ-!! 이런 개색히가-_-++++
<02시>
분노와 더불어 약간의 패닉상태에 빠짐-_-;;;;
동네를 계속 돌았고 혹시 그 사이 집에 와 있지 않을까 싶어 집에도 몇번이나 다시 돌아와봄.
심하게 갈증을 느껴 집으로 들어와 냉장고에서 포도써니텐 1.5리터를 꺼내들고 다시 거리로 나섬.
써니텐 병나발을 불고 말보로를 빨아대며 동네를 계속 배회-_-a
혹시나 싶어 경찰에 신고. 10분후 빽차 도착.
"개를 잃어버렸쪄요ㅠ.ㅠ"
살인범이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개 한마리일뿐이라 열심히 찾아보시라는 말 한마디 해주고
그냥 가버리심;;;;
<03시>
포근이 사라졌다는 시발스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머리를 미친듯이 쥐어뜯음. 우라질레이션;;;;
당시 타임머신이 있다면 제일 하고 싶었던거? 2시간 전으로 돌아가 편의점 안가고 집에서 잠이나 쳐자는거지 머;
계속 줄담배를 피우며 집 앞에서 기다렸음.
그 새벽에도 동네 원룸 사는 학생 애들이 적지 않게 돌아다니고 있었음.
걔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나는 지금 가슴이 찢어지고 미쳐버릴 것 같은데 저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구나..
세상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걸까... 뭐 이런 퐝당무계한 느낌이었음-__-
세상에서 진짜 무서운 게 뭘까? 싸이코살인마가 도끼를 들고 날 죽이러 쫒아온다.. 뭐 그런 것도 무섭겠지만
내가 볼 때 사람의 영혼까지 짖이겨버리는 진짜 공포는 사랑하는 대상이 소멸되는거다.
포근 1호가 죽었을 때의 그 공포를 이때 다시 느꼈다.
<03시 30분>
멍하니 집 앞에서 기다려봐야 포근이 집으로 돌아와줄 것 같지는 않아 포근과 자주 갔던 경희대 앞까지 허벌나게
뛰며 포근을 찾았음. 온 몸이 땀에 젖은 채로 달리고 또 달리며 찾았음. 포근을 찾을 수 있으면 지구 끝까지라도
달리고 싶었음.
무라카미 하루키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어보면 '나'와 '쥐'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지.
"백 킬로미터라도 달릴 수 있어."라고 나는 쥐에게 말했다.
"나도야"라고 쥐는 말했다.
백 킬로미터? 그정도가지고 되겠어? 백만 킬로미터라도 달릴 수 있어. 포근을 찾을 수 있다면.
<04시 30분>
혹시나 포근이 컴백홈해주지 않을까 싶어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인터넷으로 유기견보호소 등을 검색했음.
그러다가 어케어케해서 <잃어버린 애견을 찾기 위해 백만 킬로미터도 달릴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정도 되는-_-
한 카페 게시판에 들어갔고 거기서 결정적인 글을 읽게 됨.
- 시간이 지날수록 개를 찾기 힘드니 최대한 빨리 전단지를 만들어 분실 장소 주변에 많이 붙여놔야 됩니다.
원래는 날이 밝으면 붙이려고 했는데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 움직이기 전에 붙여놓는 게 찾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전단지를 만들어 사무실에 나가 프린트해서 동네 여기저기에
마구 붙이고 다녔음.
<07시>
다시는 못볼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 채 집에 돌아옴.
이 당시는 처음 포근이 사라졌을 때의 분노감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어떻게든 포근을 찾을 수만 있다면...
찾을 수만 있다면... 그런 심정이었음. 신을 믿지 않지만 신에게 기도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
<08시 40분>
1시간쯤 자고 일어나 소방소에 전화를 했었음. 4시반에 회기역에 큰 개 돌아다닌다고 출동했는데 가보니
없었다고 함. 계속되는 절망.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포근이 없어졌다고 말씀을 드리는 와중에 음성메시지가 들어옴.
들어보려고 하니 비밀번호가 틀림. 포근이 찾았다고 전단지 보고 들어온 메시지일텐데...
몇번이나 다른 번호를 눌러봐도 안먹혀서 SK고객센터 통화해서 비번을 알아냄.
래미안2차 아파트 앞에 개 돌아다니니 빨리 찾아가라는 어떤 여자의 음성.
미친듯이 달려감.
<09시>
마침내 포근을 찾음.
와락 끌어안고 눈물을 흘림.... 은 아니었고-_-
야이 개색갸 어디 있었던거야-_-+++++... 도 아니었음.
막상 찾아내니 계속 같이 있었던 것처럼 기분이 무덤덤했음.
"이자식아 밤새도록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하고 가볍게 꿀밤 몇대 쥐어박는 게 전부였음.
발견 당시 아파트 앞 쌀집 시츄랑 놀고 싶어서 껄떡거리는 중이었고-_- 나를 보더니 잘못한 건 아는지
약간 쫄은 표정을 짓다가 3초 후 다시 시츄에게 껄덕거리는거임-_-;;; 시발;;;;;
.....지금도 알 수 없는 건... 이넘이 정말 집을 나갈 생각으로 뛰쳐나간 건지 아니면 흥분해서
막 뛰어나갔다가 자기도 모르게 오바해서 내가 찾을 수 없는 곳까지 뛰어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없어서 '에라~ 이렇게 된거 그냥 혼자 돌아다니면서 놀자. 아쉬우면 지가 찾겠지 머~'하고
얼떨결에 가출이 되버린 건지 그거를 모르겠음-_-;;
: 많이 놀아주구 맛있는거 되게 많이 줘야 대여~. 안그러면 내가 또 집을 나가버릴꺼에용~
난 내 삶의 끝을 본적이 있어 내 가슴속은 갑갑해졌어 ♬♪
내 삶을 막은 것은 나의 내일에 대한 두려움 ♩♬~
포근을 되찾은 후.. 그날 저녁 같이 구보를 하는데... 하마터면 다시는 포근과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간 내가 포근과 누려왔던 생활이 너무 소중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음.
걱정해주신 많은 분, 포근을 찾았다고 음성메시지 남겨주신 분, 전단지 보고 개 찾았냐며 전화와 문자를 준
이 동네 학생들, 뭐 기타 등등... 예전에는 상 받는 사람들이 누구누구에게 감사하다고 수십명을 열거하는 걸
이해를 못했는데 그걸 이제서야 깨달았음.
엊그저께 포근이와 길에서 통통통 뛰고 있는데 한 아줌마가 그 모습을 보고는 동행하던 옆사람에게 했던 말이
있지.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그래 이건, 이렇게 사랑스러운 개와 같이 살며 매일 같이 뛸 수 있는 건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는거라구.
그걸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지. 고마워요.
-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아무튼 맛있는거 많이 주고 많이 놀아줘야 돼요.
안그러면 내가 집을 나가버리는 수가 있어요~
- 나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다음 사항만 꼭 지켜줘
: YOU MUST COME BACK HOME
:에잇~ 진짜 내가 집을 나가버려야지~~
:많이 놀아줄게. 그것만은-_-;;;
반복됐던 기나긴 날 속에 버려진 내 자신을 본 후 나는 없었어 그리고 또 내일조차 없었어
네겐 점점 더 크게 더해 갔던 이 사회를 탓하던 분노가 마침네 증오가 됐어 진실들은 사라졌어 혀끝에서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는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거칠은 인생속에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는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나를 완성하겠어
다시 하나의 생명이 태어났고 또 다시 부모의 제압은 시작됐지
네겐 사랑이 전혀 없는 것 내 힘겨운 눈물이 말라버렸지
무모한 거품은 날리고 흠~ 주위를 둘러봐 널 기다리고 있어
그래 이젠 그만됐어 나는 하늘을 날고 싶었어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자 이제 그 차가운 눈물을 닦고
COME BACK HOME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는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거칠은 인생속에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는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나를 완성하겠어
터질 것같은 내 심장은 날 미치게 만들 것 같았지만
난 이제 깨달았어 날 사랑했다는 것을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는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거칠은 인생속에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는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나를 완성하겠어
TO BE CONTINUED ......
# by 산타 | 2011/09/09 00:35 | 말라뮤트 포근 | 트랙백 | 덧글(4)